金
29
4月
2011
김정은
야마가타는 아직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한 곳이다. 그나마 알려진 건 자오스키장과 온천일것이다. 모두 겨울을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이다. 하지만 야마가타에도 봄이 온다는 것!
그래서 5월2일 벚꽃으로 유명한 야마가타의 남부에 위치하고 있는 오키타마 지역을 방문했다. 역시 동북지방이기에 경험할 수 있는 느지막한 벚꽃이다. 4월 중순에JET오리엔테이션을 위해 갔었던 도쿄에는 벚꽃이 만개해 있었지만 야마가타의 벚꽃은 이제서야 피어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보통 벚꽃 놀이는 4월에 하는지라 5월의 벚꽃은 특별한 경험이다.
오늘 둘러 볼 오키타마(置賜) 경로는 난요시(南陽市)를 시작해서 나가이시(長井市)를 지나 시라타카마치(白鷹町)까지다. 이 경로에는 약20곳의 벚꽃 명소가 있지만 나는 그 중에서도 유명한 몇 곳을 다녀왔다.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난요시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에보시야마(烏帽子山) 공원이다. 벚꽃 명소 100선에 뽑힌 공원답게 온통 벚꽃으로 가득해서 아름다웠다.
에보시야마 공원에는 약25종의 벚꽃이 있다고 한다. 하얀색의 벚꽃에서부터 옅은 분홍색, 진분홍색의 각색의 벚꽃과 버드나무처럼 축 늘어진 벚꽃까지
다양하다.
걷다보니 거대한 도리이(鳥居)가 우뚝하니 서있다. 하치만구(八幡宮)신사의 입구다. 이 도리이는 하나의 돌을 깍아서 만든 도리이중 일본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토끼역장으로 유명한 플라워 나가이선의 미야우치역(宮内駅)이다. 플라워 나가이선은 영화 「스윙걸즈」의 무대로 잘 알려진 곳이다. 미야우치역은 굉장히 한가하고 오래된 역이었지만 토끼역장인 못치의 등장으로 유명세를 탔다고 한다.
못치는 하얀 떡(모치)을 닮았다고 해서 못치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못치의 형제인 피터와 텐은 역무원으로서 활약하고 있었다.
역의 한켠에는 못치가 진짜 미야우치역장이라는 증거인 임명서와 함께 못치의 캐릭터 상품코너도 있었다. 애완동물을 이용한 철도역의 홍보 이벤트는 정말 좋은 아이디어다. 토끼 한 마리로 철도역을 캐릭터화 시키는 능력, 그리고 역을 다시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에 감탄했다. 다음에 다시 방문했을 때에도
못치 역장이 반겨주었으면 한다.
그렇게 못치와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미야우치역 근처의 쿠마노다이샤(熊野大社)라는 신사에 들러보았다. 입구에 늘어서 삼나무와 본당의 위엄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재미있는것은 본당 뒤쪽에 있는 조각상에 세 마리의 토끼가 숨어있는데 그 세 마리를 모두 찾으면 돈 걱정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나는 필사적으로 토끼를 찾는데 몰두하게 되어 시간가는 줄 몰랐다. 아쉽게도 나는 한 마리 밖에 찾지 못했다. 역시 돈 걱정없이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필사적으로 토끼를 찾다보니 어느새 배가 고파왔다. 야마가타의 명물 중의 하나인 소바를 먹기위해 이부시테이(燻亭)로 향했다. 이부시테이는 정말 내가 일본에 왔구나 느끼게 해주었다.
짚으로 엮은 지붕과 다다미, 이로리(마룻바닥을 사각형으로 도려 파고 방한용・취사용으로 불을 피우는 장치) 등에 둘러쌓여 먹는 소바는 더욱 신선하고
맛있었다. 점심을 먹고 힘을 내서 다시 벚꽃 구경에 박차를 가했다.
먼저 국가 지정 천연 기념물이기도 한 이사자와 쿠보 벚꽃(伊佐沢の久保桜)으로 향했다. 이사자와 쿠보 벚꽃은 약12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벚꽃이다. 지금은 노화가 많이 되서 약60봉의 지지대에 의지하고 있지만 1200년이라는 나이 답게 나무 줄기가 두껍고 키가 커서 웅장했다. 한국에서
1000년이 넘은 벚꽃은 본 적이 없어서 쿠보 벚꽃을 보고 있자니 벚꽃 놀이가 아닌 유적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또 하나의 국가 지정 천연 기념물인 쿠사오카 다이묘진 벚꽃(草岡の大明神桜)은 왠일인지 아직 꽃이 피지 않아 있어서 아쉬웠지만 꽃이 피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높이와 크기가 이사자와 쿠보 벚꽃보다 압도적이어서 그 모습만으로도 굉장한 고목이라는 것을 짐작 할 수가 있었다.
다음으로 찾아간 카마노코시 벚꽃(釜の越桜)은 수령이 약800년이라고 하는데 이미 1200년이나 하는 고목을 보고 와서 인지 이제 무덤덤해졌다. 재미있었던 것은 정면에서 보면 벚꽃이 꽤 많이 피어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옆에서 보면 사실은 뒤쪽에 있던 젊은 벚꽃과 겹쳐 보였던 것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벚꽃은 조그마한 야쿠시 사당 경내에 있는 야쿠시 벚꽃(薬師桜)이다. 야쿠시 벚꽃도 수령 약1200년의 노목이지만 다른 노목들에 비해서 풍채가 당당해서 보는 이를 압도하게 만들었다. 과연 1200년의 관록은 무시할 수가 없나보다.
벚꽃 구경을 마치고 곧 다가오는 어린이날 행사 인 코이노보리를 보기 위해 야나공원으로 향했다. 코이노보리(鯉のぼり)란 잉어 모양의 깃발을 날리는 행사로 일본 전통의 어린이날 행사이다. 이제 몇일 뒤면 5월 5일 어린이날이 다가 오기에 벌써 여기저기에서 코이노보리를 볼 수 있었지만 야나공원의
코이노보리는 수 십 마리의 코이노보리가 모가미강을 가로지르며 드리워져 있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모가미강(最上川)은 일본 3대 급류중 하나로 꽤나 급류가 거칠었다. 그리고 야나공원은 일본 제일의 야나(사진속에 보이는 나무로 만든 그물)가 있어서 은어잡이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오키타마는 벚꽃 명소답게 하루에 구경하는데에 벅찰 정도로 벚꽃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그리고 오키타마 지역의 유명한 벚꽃 명소를 돌다보니 플라워 나가이선의 연선을 따라 여행을 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자동차를 타고 이동했지만 다음에는 플라워 나가이선을 타고 여행을 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이번 여행으로 일본의 벚꽃에 대한 애정은 특별한 것 같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어디를 가나 벚꽃이 산재해 있고 오래된 벚꽃을 지켜내려는 노력이 대단했다. 참고로 나는 벚꽃이 일본의 국화라고 알고 있었는데 법률상 일본의 국화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벚꽃은 일본인들의 마음 속 국화임에는 틀림 없는것 같다.